마지막으로 공룡능선을 넘은게 회사 친구 두명과 2015.10.07 이였으나 벌써 6년전 일이다. 설레임반, 걱정반으로 다시 도전해본다
평소 같으면 인제 한계리 국도휴게소에서 휴식 및 취식을 하고 출발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 가평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후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하니 02:30.
당초 오색을 들머리로 생각했는데 경화씨가 한계령을 안타봤다해 오늘 급 한계령으로 바꿨다. 구름이 걸쳐있고 바람이 부니 한기가 느껴진다. 3:00가 되서야 출입문이 열려 출발했다.
처음 40분이 깔딱고개라 힘들다. 아직 근육들이 산행에 적응하기 전에 시작되는 고바위라 숨이 턱에 찬다. 온통 구름에 휩싸여 헤드랜턴을 비춰봐도 보이는건 없다.
두차례 숨을 돌리며 능선길에 오른다. 조금전만 해도 새벽 바람에 한기를 느꼈었는데 이젠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능선길을 오르내리며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한다.(04:20)
좌측길은 귀때기청, 우측이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다. 잠깐 멈춤하고 간식으로 당보충을 하고 능선길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을 향한다. 아직 어두운데다 구름이 오가 주위를 볼수는 없지만 간간히 드러나는 웅장한 바위 능선들이 눈길을 잡는다. 서서히 여명이 스며들면서 헤드랜턴이 없어도 될만큼 조금씩 밝아진다. 20여분도 안되 좌측 전방을 바라보니 붉게 타오르는 용아장성 능선길이 건너다 보인다. 다행히 용아장성 쪽은 구름이 걷혀있어 여명의 붉은 빛을 볼수가 있었다.
그것도 잠깐 어느새 또 구름이 몰려온다. 능선길을 한시간 넘게 걸어오도록 구름이 걷히질 않는다. 어느순간 좌측전방이 밝아오는 느낌에 시야가 확보된 바위 위로 올라서는 순간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중청과 대청봉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다시금 웅장한 용아장성의 자태가 드러난다.
폰카에 주어담고 다시 출발하니 이내 다시 구름이 몰려온다. 차라리 구름이 몰려온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녹음이 우거져 시야 확보도 안되는데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느라 속도가 안난다. 어차피 끝청 전망대에 가면 삼면이 훤히 드러날테니 그때까지만 구름이 벗어지기를 바라며 속도를 내본다. 출발한지 3:30분만인 6:35에 끝청에 도착했다. 바램대로 구름은 적당히 벗겨졌고 해도 반짝 떴다. 최근 비가 계속내려 습도가 높다보니 운무와 구름들이 푸른숲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이맛에 고통을 감내하며 또 나서는게 아닌가 싶다.
한참 넋을 놓고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또 훌쩍 지나간다. 한계령에서 중청까지 4시간을 잡았는데 벌써 3:45이나 지났다. 버스에서 산행대장이 희운각대피소를 8:30 전에 통과해야 공룡을 탈수 있다며, 그 시간에 못대면 공룡으로 가지말고 비선대로 바로 내려오라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 웃었더니 나를 가리키며 제시간에 오는지 못오는지 꼭 지겨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주 공룡능선 코스를 오는데 올때마다 꼭 한두명은 낙오를 한다며 겁을 준다. '예라, 이 양반아'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정말 늦으면 개망신이다. 아닌거 뻔히 알면서도 긴장된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중청 산허리 돌아 중청대피소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기상용 위성안데나가 설치된 바위능선으로 잠깐 올라갔다. 공룡능선을 한번 내려다 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공룡능선은 아직 구름속에 묻혀있다. 귀때기청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 무지개를 만났다. 작지만 강렬한 무지개였고 이중으로 만들어진 무지개였다. 급하게 폰카를 들이 댔지만 운무가 바람에 빠르게 흐르다 보니 큰 테두리 무지개는 잡을수가 없었다.
늦었다. 급하게 산허리를 돌아서 중청대피소 앞에 도착하니 07:15. 국립공원 등산지도에는 중청에서 희운각 까지 1:30이 걸린다고 되어 있으니 이미 20여분 늦었다. 내려다 보이는 신선봉은 자태를 드러내 놓고 있지만 공룡능선은 구름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대청봉이 눈앞에 있지만 구름속에 있는 공룡능선은 급한 경사의 너덜길과 바위길을 오르 내려야 하니 미끄러울게 뻔하고, 비 까지 내린다면 시간이 지체될 것은 뻔한일이니 마음이 급해 대청봉은 패스. 바로 소청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파른 계단과 언덕길을 부지런히 쉬지 않고 내려서 한창 증설공사에 어지러운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니 8:15. 한시간만에 내려왔다. 대피소를 벗어나 나무 탁자들이 있는 쉼터에서 준비해간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출발해 무너미고개 삼거리에 도착해 신선대를 한번 바라보고 오르막을 향했다.
숨이 턱에 차도록 급경사를 정신없이 올라 신선대 능선에 올라섰지만 한눈에 내다 보여야할 공룡능선은 여전히 구름속에 갇혀 아무것도 보여주질 않는다. 가끔 구름 사이로 조금씩 간보기 풍경만 잠깐씩 보여준다. 그나마 사진찍을 준비를 미리하고 있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린다.
1275본, 큰새봉을 지나면서 부터 안개는 비로 변해 날리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배낭커버만 씌우고 왔는데 더 이상 버틸수가 없어 판쵸우의를 뒤집어 썼다. 묵묵히 언덕을 오르고 내려 나한봉, 마등봉을 지나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니 12:20. 희운각대피소에서 여기까지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지도에 표시된 시간에 딱 맞춰서.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그 빗속에서 밥을 먹는 젊은 친구들도 보인다. 옷도 제대로 안입고, 우의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밥먹는 모습을 보니, 젊은 혈기만 믿고 아무 준비도 없어 저리 무모하게 오르는 용기가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이대로 공룡으로 들어서면 안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비선대로 시간반 정도 내려오다 비가 잠깐 뜸하길래 우의를 벗고 간단히 간식을 먹고 있는데 뒷따라 내려오고 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간식을 채 다 먹지도 못했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복숭아를 먹다 입에 물고 우의를 다시 뒤집어 쓴다. 거지 같은 비선대 하산길을 2시간넘게 걸어 내려오니 산허리 아래에서 부터 구름이 위로 오르기 시작하며 비가 그친다. 그리고 눈앞에 웅장한 비선대가 나타난다.
다 내려온 것 같은데도 급경사의 너덜길을 30여분을 더 내려와서야 비선대 통제소가 나타난다. 14:45.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서 부터도 50분 더 내려와서야 설악산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했다. 국공스탬프북에 설악산 스탬프를 찍는다. 22개 국공중에 오늘까지 9개를 찍었다. 올해 안에 모두 찍는게 목표다. 시내버스로 산악회 버스가 대기중인 C지구상가에 도착하니 출발 예정시간인 17:00 보다 한시간이나 넘게 남았다. 산행대장이 안내해준 전주식당에 자리잡고 더덕구이 안주를 시켜놓고 간단히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이곳엔 이 식당에서만 음식을 시키면 무료로 샤워를 할수 있단다. 예전에 백담사로 내려가 용대리 상가로 가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이런 서비스를 했었는데 요즘은 거의 찾아 볼수가 없었는데 이곳엔 남아 있었다. 윈윈할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같다. 손님은 땀흘리고 내려와 시원하게 샤워하고 션한 막걸리 한잔하니 이 보다 좋을수가 없고, 주인은 음식 팔아 매출올리니 좋은거 아닌가.
산행대장에게 큰소리도 한번 쳐보고. "한시간 전에 내려온거 보셨죠? 음홧홧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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