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12일차
ㅇ구간:산동~주천(15.9km)
ㅇ소요시간:06:00(휴식시간 포함)
둘레길 종주 마지막날이다. 잠자리가 편해선지 어제는 잘자고 일어났다. 어제는 마지막 밤이라 빨래를 생략해 짐도 가볍게 꾸렸다. 아침은 이곳이 지리산 온천지구라 식당이 많아 어제 위치를 봐둔 뼈다귀해장국을 먹기로 했다. 7시 아침을 먹기 위해 나가보니 지구내에 문연 식당이 한군데도 없다. 늦게나 여는가 보다. 문 열때까지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종주 마지막날 아침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이다. 애구~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들어가 짐을 챙겨 8시에 출발했다. 종주길 시작점에서 1키로 정도를 이동한곳에 숙소가 있었기 때문에 1키로를 다시 이동해 시작점 표지판을 찾은 후 종주를 진행했다. 기온은 어제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날씨는 잔뜩 흐려있다.
이곳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가 유명하다. 가는곳 마다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간다. 면사무소가 있는 원촌마을을 지나 현촌마을에 도착하니 "산수유길"이 따로 있다. 둘레길과는 방향이 달라 패스. 지금은 올라가도 별로 볼게 없을 것 같다. 봄에 산수유꽃이 폈을때 축제를 한단다. 그때나 둘러보면 좋을듯 싶다. 산허리를 오르내리며 마을길과 산길을 걷는 코스라 아직까지는 걸을만 하다. 지도를 보니 산수유시목이 있다고 하는데 지나친건지 아직 더 가야하는지 헷갈린다.
4키로 정도 지나니 돌담길이 예쁜 작은 마을이 나온다. 계척마을이란다. 마을 첫집 마당에 처음보는 나무가 있는데 열매를 보니 치자인듯 하다. 화원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치자나무가 맞단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할머니 한분이 무를 뽑고 계신다. 어제 영하로 내려가더니 얼까 걱정돼 뽑아 묻어두려 한단다. 하나 먹고 가라시는데 마땅이 씻을 곳이 없어 게안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속으론 금방 후회를 했다. 나는 과일과 무를 갔다 놓고 한가지 먹으라 하면 당연 무를 먹는다. 예전 사과 과수원을 할때도 겨울밤 간식으로 사과와 무를 가져오면 다른 식구들은 사과를 먹어도 아버님과 나는 무를 먹었던 것 같다. 지금도 총각김치, 깍두기, 채김치 등 무를 재료로 하는 김치를 좋아한다. 더군다나 무 중에 가장 맛있다는 가을무를 사양하고 돌아서다니. 다시 돌아서 갔다올까 몇번을 망서리다 포기했다. 마을을 거의 빠져 나올 무렵에 정자가 있어 잠시 쉬는데도 얼마나 무 생각이 나던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예사롭지 않다. 바로 옆에 산수유시목이 있었다. 자그마치 수령이 1,000년을 넘었단다. 중국에서 시목이 들어 왔는데 그곳 지역이 산동이라 이곳을 산동면이라 한단다. 너무 오래되어 굵은 가지는 많은 수술(?)의 흔적들이 있다. 그래도 꿋꿋히 버티며 새로운 가지와 열매를 맺고 있다.
이마을 지나면서 오늘에 하이라이트, 한코스도 거르지 않는 재넘이 길에 접어든다. 밤재라는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길이기도 하지만 정유재란때 일본 왜구들이 섬진강으로 올라와 이재를 넘어 남원성을 공격했던 뼈아픈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재 높이는 490m 지만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10키로가 넘는다. 재를 오르는 길목에서 오늘 처음으로 순례자를 만났다. 광주에서 오셨다는데 70 중반은 되어 보이신다. 토요일 마다 시간이 되면 한구간씩 돌았는데, 오늘 이구간을 돌면 종주가 완료 된단다. 지금은 퇴직을 하셨지만 법원쪽에 근무 하셨는데, 우리가 사는 춘천지법과 수원지법에서도 근무 했었다고 한다. 당일 걷는 분이라 짐이 단촐해 가볍게 걷는다. 같이 가자는데 우리는 둘레둘레 천천히 가니 먼저 가시라 했다. 그런데 밤재 정상에 도착해 간식을 먹고 있는데 그제사 밤재를 올라 오신다. 올라오다 표지판을 잘못 봐 엉뚱한 곳으로 가다 다시 돌아 오셨단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거나 주위 살피기를 소홀히 하면 누구나 할법한 실수를 하신거다. 우리도 돌면서 그럴 순간들이 있었지만 내가 못보면 형님이 챙기고, 형님이 못보면 내가 챙기다 보니 둘레길을 벗어나는 일은 어제 한번 있었다. 어제도 표지판을 보고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가긴 했는데 화살표가 돌아 갔었는지 엉뚱한 방향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니면 우리가 지쳐서 잘못 판단한건지...
그분은 쉬다 온다해 우리먼저 출발했다. 재를 한시간 쯤 내려오니 한무리의 순례객이 반대쪽에서 올라온다. 맨앞에 오는 분을 보니 지난번 지리산 소풍 행사에서 우리팀과 둘레길을 안내했던 산림청 직원이였다. 둘레길 홈피에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기" 행사가 있다고 했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한참을 내려오다 햇살이 좋은 풀밭이 있길래 잠시 쉬면서 민박집에서 얻어온 감으로 허기를 달래는데 좀전에 만났던 광주 어르신이 내려오신다. 쉬었다 가시라니 본인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단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신줄 알았는데, 김밥을 사오려 했는데 문 연집이 없어 편의점 도시락을 사오셨다고 한다. 차서 좀 걱정이 됐지만 맛있다고 잘드신다. 천천히 드시라 하고 먼저 출발했다.
밤재를 넘고도 작은 재를 하나 더 넘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주천에 도착했다. 12일간의 종주가 끝난 것이다. 끝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집에 갈수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주천둘레길안내소에 들러 인증 사진을 찍고 마침 오는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남원에서 가장 맛있게 잘하는 추어탕집으로 부탁하니 흔쾌히 추천해 주신다. "새집"이라고 남원 추어탕 골목에 있는데,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가장 크단다. 물론 맛도 자신있게 보장 하신단다. 도착해 보니 말씀 하신대로다. 3시가 다되어 가는데도 손님이 많다. 추어탕과 튀김, 막걸리를 시켜 맛나게 배불리 먹었다. 지난 여름휴가때도 남원 광한루에 왔다가 추어탕을 먹었는데, 그때 먹은 추어탕과는 확연한 맛과 서비스의 차이가 난다. 열차시간도 많이 남고 땀도 많이 흘려 사우나로 옴겨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철도 파업 때문에 시간이 변경될수도 있다해 걱정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했다. 피곤하니 이내 잠에 빠져든다. 천안쯤에서 깼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수원에서 먼저 내렸다. 드디어 수원에 도착했다. 결혼한 이후 이렇게 긴시간을 집떠나 있기는 회사 연수원에 교육 참석 이후로 처음인듯 하다. 연수원이야 공적으로 간거지만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하긴 2주간의 휴가를 낼수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응원해준 집사람에게 고맙다. 더군다나 김장까지 혼자 해서 내려왔으니 더욱 미안하다.
그동안 가족분들과 친구들, 직장동료 등 많은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완주가 가능했다. 모든분들께 감사 드린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12.09일부터 3개월 제주살이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주의 올레길 종주를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목적은 내년 4.20~5.29 40일간 이어질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종주다. 이 모든 여정이 끝나는 날, 그동안 직장인으로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찾을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새로운 제2의 인생, 장막을 거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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