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국내산행

함백산+태백산 등반

수원깨굴 2021. 6. 8. 21:51

  어제(6.5) 충남 보령에 원산도 트래킹에 이어 오늘은 함백산+태백산 1일2산 등반을 다녀왔다.

  7:30 죽전에서 산수산악회 차량을 타야 하는데 일어나 보니 6:20. 늦었다. 알람을 잘못 설정했는지 울리질 않았다. 급하게 찬물에 밥말아 먹고 나왔다. 아침은 먹어야 산을 탄다. 죽전 아르피아공용주차장에 도착하니 7:15. 조금 여유가 있다 싶어 천천히 고속도로 오르는 계단 앞까지 왔는데, 이런, 마스크를 안쓰고 왔네. 배낭을 계단에 내려 놓고 졸라 왕복 달리기를 했다. 승강장에 오르니 7:31. 아침부터 이게 몬일이고~ 다행히 버스는 5분 정도 지나 도착했다. 28인승 리무진인데 좌석이 안마의자 수준이다. 기존에 타던 리무진과는 뭔가 다르다. 모처럼 목베개를 챙겨 왔는데 목베개도 있고, 바닥에는 발받침도 있는데다 먹음직스런 커다란 꽃게도 한마리씩 놓여있다.

먹음직한 꽃게 ^^ 

  산행대장이 인사말을 하며 하소연을 한다. 코로나로 산객이 줄어 오늘도 3개 산악회에서 합동으로 이 버스를 운행하게 됐다고 한다. 당초에 오늘은 다른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영알 가지산+운봉산을 가기로 예약했는데 금요일날 성원이 안되서 산행이 취소된다고 연락받아 급하게 검색해 또 다른 산악회를 통해 월악산을 예약했다. 그런데 여기도 토요일 같은 이유로 취소 예정이라 한다. 그래서 우려곡절 끝에 예약한 것이 오늘의 산행이였으니 그나마도 합동산행이 아니였으면 공칠뻔 했다는 얘기다.

  등산은 A, B조로 나눠 A조는 화방재를 들머리로 태백산 산행 후 당골로 하산, B조는 만항재를 들머리로 함백산을 원점회귀 산행 후, 버스로 유일사매표소 이동 해 태백산 산행 후, 당골로 16:00 까지 내려오는 계획이였다. 그런데 산행대장 얘기로는 도저히 B조가 16:00까지 두개 산을 그 시간에 탈수가 없단다. 산행 계획서에는 만항재-함백산 왕복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되어 있었다. 거리가 3.1km, 왕복 6.2km 인데 1시간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계획서였다. 시간과 코스를 조율 해보기로 하고 우선 10:40에 화방재 도착해 A조 10명을 하차시키고 만항재로 이동했다. 30분을 더 주겠다며 1:30 만에 갔다 오란다. 6명이 하차해 11:10 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짐을 모두 차에 두고 스틱만 들고 달리다시피 산행을 시작했다. 이건 거의 유격훈련급이다.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아직 덜풀려 맘먹은대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비교적 경사가 적은 2키로 능선을 넘고 나니 눈앞에 가파른 함백산 정상이 멀리 올려다 보인다. 이곳이 KBS중계소입구 들머리로 등산객승용차들이 10여대 서있다. 여기부터 정상이 1.1km니까 산행계획표의 왕복 1시간은 아마도 여기서 부터 계산한 시간인것 같다. 둘러볼 여유도 없이 정상을 향하여 Go~. 이제까지 온 거리가 남은 거리의 두배이지만, 오르는 시간은 이곳이 오히려 두배 이상 걸릴 것 같다. 가파른 깔딱고개에 너덜길이라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한다. 두세번 숨을 돌리며 정상에 도착하니 12:05. 55분 걸린셈이다. 산행대장이 먼저 도착하고 나랑 한분이 같이 정상에 오르고는 나머지 세분은 안보인다. 급하게 정상 인증샷만 찍고 바로 되잡아 하산.

대장님이 버스를 중계소 입구까지 올라오라 했다해 나름 여유있게 내려왔다. 하산중에 한분이 거의 올라와 기다렸다 같이 하산했다. 나머지 두분은 만항재 들꽃동산에서 기다리기로 했단다. 일행을 모두 태우고 유일사매표소에 도착하니 13:10.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바로 배낭메고 태백산으로 향한다. 속은 채워야 할 것 같아 양갱과 에너지바를 한개씩 먹고 마지막으로 출발하니 13:20. 16:00 까지 내려와야 하니 160분. 걸으며 시간 계획을 세워본다. 오르는데 90분(시속 2.7km), 점심 10분, 내려오는데 60분(시속 4km)으로 나눠 봤다. 이미 모두 출발해 저 앞에 대장님만 보인다. 걷는 속도를 보니 정상까지 갈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속도를 내 오르다 지름길로 가로질러 오른다. 그만큼 경사가 급해 다리에 힘이 풀리는듯 하다. 그 와중에 주위를 보니 참나물이 엄청나게 많다. 순간 정상을 포기하고 나물이나 뜯다가 내려갈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이제까지 정상을 포기한적은 없다. 여기서 포기할순 없지. 점점 쉬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예상시간을 5분 단축한 14:45분에 도착했다. 우리가 늦게 시작해선지 정상에 산객은 별로 없었다. 구름이 많고 뿌연 운무가 덮여 시야는 안좋았지만 간간히 남아있는 철쭉만이 우리를 반긴다. 요즘에 진행하는 함백산이나 태백산 산행은 대부분 철쭉을 기대하고 하는 산행인데 지난주가 절정이였을 것 같다. 정상에만 조금 남아 있는 정도. 그래서 등산객도 별로 없는가 보다.

  정상 인증샷만 찍고 천제단에서 산신령님께 문안인사 드리고 되잡아 하산.

10여분 내려와 벤치있는 쉼터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오렌지 하나랑 찰떡 2개, 삶은계란 1개로 늦은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 가면서 지름길로 접어드니 다시 참나물이 발길을 잡으려 한다. '내년 봄에 보자, 오늘은 늦어서 안되겠다.'

  날머리에 도착하니 15:50, 대장님 포함 3분이 먼저 와 기다리고 계신다. 국공인증 스탬프를 찍고 짐정리를 하는 사이 나머지 일행이 도착해 당골로 이동. 태백산에서 내려와 기다리고 있는 A조 일행을 태우고 귀가했다.

  이제까지 산악회 차량으로 산행하면서 이번 처럼 힘든 산행은 처음이였다. 산행대장 말처럼 탁상 행정 때문인 것 같다. 현장은 알지도 못하면서 책상 앞에 앉아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만 가지고 계획을 세우니 피해는 고스란히 등산객들의 몫이 되버린다. 더군다나 요즘 코로나 때문에 차량 안에서는 음료 이외에 일체 음식 섭취를 못하게 한다. 그런데 버젓이 음식을, 그것도 앞, 뒤 좌석을 돌려가며 먹는다. 참가자가 없으니 그나마 이 사람들이라도 잡아둬야 먹고 살수 있어서 인지 대장도, 기사도 아무 제재를 안한다. 참가자 16명중 7명이 같은 팀인듯, 나머지 분들은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데, 입이 근질 거렸지만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참자. 참자.

  힘든 산행을 하고도 기분은 영 찝찝하다. 그래서 틀이 제대로 잡힌 대형 산악회를 이용해야 하는가 보다. 다음주 일정은 대형산악회 좋사에서 진행하는 트래킹이니 만큼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