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백패킹 3일차
2021.08.21(토) 비, 맑음
밤새 비는 거의 안왔다. 6시 좀 넘어 일어 났는데 비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해 텐트를 지붕이 있는 해수욕장 무대위로 옴겨 걷었다. 비가 점점 더 쏟아진다. 짐정리 다하고 샤워하고 오니 항만청에서 오늘 배 운항이 안된다는 문자가 왔단다. 고객센터에 전화로 확인해 보니 풍랑주의보 발령으로 모든 여객선이 운항 정지란다. 티켓은 내일 날짜로 순연되었다. 꼼짝없이 섬에 갇히게 되었다. 비바람이 점점 심해진다. 비가 잦아 들기를 기다렸다 어제 봐둔 CU옆 무인카페로 대피했는데 거기도 문을 닫았다. 노인정 앞 팔각정에 잠시 피신해 논의 끝에 펜션을 얻기로 했다. 오후에 날씨가 좋아지면 배가 뜰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배 시간이 내일 날자로 변경된걸 보면 오늘은 틀린 것 같다. 마침 CU가 있는 건물에 솔향기 펜션이 있어 예약하고 입실했다. 오늘 하루를 더 있어야 출도가 가능하다. 들어와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나니 비바람 때문에 밖에 나갈수도 없고, 꼼짝없이 집안에 갇혔다. 그동안 밤잠을 제대로 못잤으니 다들 쓰러져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잠깐 나가 마을에 있는 중식당 바다반점이 영업을 하는지 확인하고 돌아와 혼자 창가에 앉아 비멍을 때리고 있었다.
1시경에 비가 그쳐 근처 솔밭 산책로를 한바퀴 돌았다. 오전에 확인해 둔 바다반점에서 짜장면과 짬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에어컨 없이 모든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만 틀어 놓아 식당 안도 더웠다. 옆 테이블엔 동네 주민인듯한 아저씨들이 5명 이상 집합금지 지침도 무시하고 8명이 앉아 한낮부터 시끌벅적 소주를 마시고 있어 몹시 시끄러웠다. 음식이 나왔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체 후딱 털어 넣고 나왔다. 오히려 식당 밖이 더 시원하다. 마을에 식당이 바다반점 외에 한군데가 더 있다해 저녁 식사 시간을 확인도 할겸 동네 안길 산책을 하며 8시 까지 영업한다는걸 확인하고 돌아 왔다. 언제 비 왔냐는듯 해가 반짝나니 덥고 습해 더 이상 산책도 힘들어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그새 날씨가 변해 다시 비가 온다. 숙소로 들어와 티비를 보다 무료해져 고스톱을 치기로 했다. 아마도 나는 고스톱을 쳐본게 20여년을 된것 같다. 6:30까지 치고 저녁을 먹으러 낮에 봐둔 바다사랑 식당으로가 우럭매운탕을 시켰다. 다른 손님이 꽃게찜을 먹고 있었는데, 주인장이 우리에게도 꽃게 한마리와 아귀찜을 주신다. 시골 식당 인심이 후하다. 안주가 확보 되었으니 바로 소주한병 시켜 맛나게 배불리 먹었다. 식사 후 바닷가 방파제로 산책을 나갔는데 마침 오늘이 보름이라 엄청 큰 달을 볼수 있었다. 바람은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해 졌다. 들어 오는길에 CU에서 아침에 먹을 빵과 우유를 사가지고 들어와 씻고 다시 고스톱 2차전. 시간 죽이는데는 역시 고스톱 만한게 없다. 10:30 까지 시간을 정해 놓고 끝낸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쉬움에 나는 혼자 맥주 한잔 더 하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