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해외여행

은의 길 3일차

수원깨굴 2022. 4. 12. 16:20

ㅇ 일시:2022.01.15 토 맑음(최저5/최고15)

ㅇ 구간:Castilblanco-Almaden de la Plata(29.2km/53,558보)

ㅇ 숙소:Albergue Municipal

오늘은 고난의 행군 날이다. 어제 먹거리 전쟁으로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6:30에 출발해 시내를 지나면서 조식 가능한 바르에 들러 이젠 익숙해지기 시작한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걸음을 시작했다. 날씨는 여전히 좋고, 아침에만 잠깐 해뜨기 전까지 싸늘하고, 해 퍼지고 나면 겉옷을 벗고 걸어도 될 정도로 따뜻하다. 물론 오후엔 해가 중천에 오르면 땀이 날 정도로 햇살이 뜨겁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야 한다. 거리도 30km에 다달아 몹시 힘든 날이다.

주위는 온통 한가지 신갈나무 뿐이다. 열매는 돼지 먹이로 쓰인다는데 이렇게 자란 돼지고기가 유명한 이베리코 라고 하고, 그 다리살로 하몽을 만든다고 한다. 나무 껍질은 코르크 마개를 만들고, 나무로는 오크통을 만든다나.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나무인 것 같다.

순례길인 공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출입금지라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1~3월이 사냥철이고 오늘 15:00까지 사냥이 진행되고 있어 공원으로 통과 안되고 도로로 끝까지 가야 한단다. 도로위를 걷는 중간에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나는데, 혹시나 총 맞는거 아닌가 은근 걱정도 된다.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이라니…

껍질을 벗겨 수확한 신갈나무. 보통 껍질을 저렇게 벗기면 양분 공급이 안돼서 고사하는데 껍질이 다시 생기고 있다.

점심은 중간에 유칼립투스 나무 그늘에 앉아 준비해간 빵과 과일 등으로 해결하고 걷다 기이한 순례자를 만났다. 언젠가 tv에서 본 것과 같은 당나귀와 함께 걷는 순례자였다. 물론 같은 사람은 아니고 프랑스인 피터라고 하는데 1년 일정으로 여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고 한다. 당나귀 3마리, 염소 6마리, 개 한마리와 같이 걷고 있었다. 짐승들 밥을 먹이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절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부엔 카미노로 작별하고 다시 걷는데 제법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날은 뜨겁고 아스팔트 언덕 오르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이런 길을 여름에도 걸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거의 정상 부근에서 땀을 식히며 쉬고 있는데 언제 올라왔는지 피터 식구들이 지나간다. 와 엄청 빠르다.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우리와 같은 방향이다. 사진을 못찍게해 뒷모습만 찍어봤다.

언덕을 힘겹게 넘고 나니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이 지역의 지붕은 하나 같이 붉은 기와에 벽은 모두 흰색이다. 마을 이 아담하니 예쁘다.

마을 내려오자 마자 바르로 직행해 시원한 맥주를 시켜 단숨에 마셨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맥주가 너무 고팠었다. 알베르게을 알아보는 동안 잠깐 앉아 있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말탄 여기사들이 나타난다. 말에 탄채로 콜라를 시켜 마시고는 다시 유유히 사라진다. 여학생들 같은데 멋져 보인다.

몇군데를 허탕친 후에야 공립 알베르게를 찾았다. 문은 열었는데 관리인이 없다. 숙소에는 외국 순례자 3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할 방법이 없다. 마침 알베르게 앞 공원에 아주머니 한분이 딸이랑 계셔 그분에게 부탁해 전화를 요청 드렸다. 시에스타 중이고, 20:00에 나온다고 먼저 들어가 자리 잡으라고 한단다. 방이 2개라 빈방으로 자리잡고 샤워 후 저녁을 먹고 20:30경에 와 체크인을 했다. 어렵게 어렵게 또 하루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