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길 15일차
ㅇ 일시:2022.02.07 월 많음(최저-3/최고16)
ㅇ 구간:Bercianos-Mansilla de la Mulas(26.7/44,766보)
ㅇ 숙소:Albergue de Gaia
새벽에 난방이 꺼져선지 살짝 추위를 느껴 바지를 입으려다 그냥 잠이 들었다. 웅크리고 자서인지 찌뿌둥 하다. 몸도 풀겸 아침은 알베르게에서 먹기로해 여유가 있으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 해졌다.
커피와 아침을 먹고 7:30에 출발했다. 아침 기온이 영하3도라 했지만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별이 초롱초롱 한거보니 날은 맑은 듯.

마을을 벗어 날때쯤 여명. 항상 이시간에 혼자 떠 있는 샛별이 반갑다. 옛날 반공 교육이 한창일때 북한에서는 ‘샛별보기 운동’을 한다고 배웠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노동을 시켰다는 내용인데, 그들 눈에 이 샛별은 얼마나 왠수 같았을까 ㅠ

오늘도 여전히 지평선만 보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끝없는 플라라너스 나무길. 순례자를 위해 조성한 인도인 듯한데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첫 마을인 엘 부르고 라네로가 보인다.

뒤돌아보니 이제 아침해가 떠오른다.


마을 성당

여지없이 성당 종탑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순례길 옆 플라타너스 나무에 털실로 짠 천이 감겨져 있다. 어디 까지인지 모든 나무 밑둥에 각양각색의 천들이 감겨있다.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해마다 갈아주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얼추 100여 그루는 되는듯 싶은데 마을 규모로 봐서 한집에서 서너개 씩은 만들었을 것 같다.

이렇게 자기가 만들 천에 애기 사진을 붙인 것도 있다.

그 끝은 동네 어귀에 있는 마을 공동묘지 까지였다.

앞에 구조물이 공동묘지이고, 그 입구까지만 입혀져 있다.

좋은 구경했으니 또 걸어보자. 끝은 안보이지만…


좌.야.우.산
오늘도 변함없음.

여전히 곳곳에 반듯한 조림이 되어있다. 방풍림인가???

이 넓은 밭은 보기 힘든 옥수수 밭이다. 주위에 새들이 많은데도 옥수수가 이렇게 밭에 나뒹굴고 있다. 워낙 풍족하니 잘생기고 맛나 보이는 옥수수만 골라서 먹는갑다. ㅎ

밭에 물을 뿌려주는 기구가 엄청 길다. 밭 크기에 어울리는 규모다.

이 밭 주인은 모하는거야. 아직 추수도 안하고 있다. 한쪽 귀퉁이만 남겨 놓았는데 작황이 안좋아서 인건지 아니면 추수하다 몸이 아파 포기한건지. 아깝게 말라가고 있는데 언젠가 다시 심으려면 수확을 하긴 하겠지.

어제부터 오늘 걷는 구간의 평원은 추수 후 밭을 갈지 않았거나 방치되어 풀이 많은 밭들이 많았는데, 오늘 모처럼 파란 밭을 보니 반갑다.

보통 이런 밭들이 계속 되었었다. 순례길 저 안쪽에 마을이 보이지만 거치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되어있다.

순례길에 마을을 알리는 십자가만 덩그런히 서있다.

와, 기차다!!!
이제까지 걸으면서 기차 지나가는 걸 처음 본다. 오늘은 화물열차다. 스페인 평원에 어울리는 길이의 열차다.

세시간을 넘게 걸어서 나타난 마을 산타 마르타스. 흙벽집이 대부분인 거 보면 오래된 시골마을임을 알수 있다.

고가도로를 넘어서니 프랑스길로 와서 처음보는 방목 목장이 있다. 은에 길에서는 어느 마을에나 있었던 방목장을 처음보는 것이다. 엄청 반갑다.

드디어 오늘의 박지가 있는 만실라가 보인다. 오면서 볼거리도 없고, 사진 찍을 거리도 없다 보니 점심도 안먹고 한번의 휴식 끝에 5시간 반 걸려 만실라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앞 광장에 옛 성곽을 보고,

지친 순례자 조형물도 보고

쓰러져 가는 사진도 찍어본다.

알베르게 옆에 있는 조형물이 특이하다.

오늘의 알베르게 Gaia. 내부가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주인 부부도 매우 친절해 대부분 체크인 후에 방으로 안내하는데, 먼저 방으로 안내하며 짐을 내려 놓고 천천히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할렐루야~

주인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내부 장식이 지친 순례자를 편안하게 해준다. 오늘도 우리 둘뿐.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나와 근처 Dia에서 장을 봐다 놓고, 샤워와 세탁을 한후 편하게 맥주를 곁드린 점심을 먹는다. 그때 두명의 순례자가 들어온다. 이런 독식은 틀렸네. 스페인 부부인듯. 인사를 하고 점심을 마져 먹는다. 열씨미 먹고 있는데 또 차임벨이 울리면서 한 분이 들어온다. 나이 지긋하신, 척 보면 얼굴에 순례자라고 써 있을 법한 분이다. 훤칠한 키에 바짝 말라 광대뼈가 유난이 튀어 나와있고, 엄청 긴 나무 지팡이를 들고 온걸보니 책에서만 보던 진정한 순례자의 포스가 느껴진다. 이분도 스페인분. 다행히 세분은 따로 같은 방으로 들어 가셨다. 이분들도 장을 봐다 주방에서 점심을 해 드신다. 우리가 먼저 자리잡고 늦게까지 먹는 동안 모두 먹고 들어 가신다. 우리도 마무리하고 잠시 시에스타에 들어가 본다.

일어나니 6시가 훨씬 넘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서 영업 시작해야지 ㅎ
마을을 한바퀴 돌아본다. 12세기 유물인 성곽의 도시답게 여기저기 성곽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13세기에 축조되었다는 Santa Maria 교회. 마을 외곽으로 성곽이 보인다.

Elsa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늦은 석양을 바라본다.


야경까지 이어 산책을 하고 들어와 피자를 돌려 저녁을 간단히 먹는다. 스페인 두팀도 교대로 나와 저녁을 먹고 들어간 후 저녁도 우리가 마지막까지 남아 천천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Civil이란 글자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경찰이 두 명 들이닥친다. 주인을 찾는 것 같아 이층에 있다고 알려주니 금방 주인 내외가 내려왔다.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같이 걷고 있는 후배의 이름을 물어보면서 패스포트와 크리덴샬을 보여 달라고 한다. 헉! 이건 또 몬 시츄에이션???
서류를 확인하며 사무실과 통화를 하며 뭔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처음엔 의례히 있는 임검 같은 건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뭔가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주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괜찮다며 기다리라고만 한다. 이러다 이 친구마저 빼앗겨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먹는 일을 멈추게 한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모르고, 이들은 영어를 모르니 번역기로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해 어쭙잖은 영어로 뭔가 씨부린다.
됐고, 그냥 편하게 스페인어로 얘기하셔. 두 바퀴씩 돌려 말하지 말고. 번역기를 들이대니 대충 내용은 확인 한 듯 내일은 어디로 가냐고 한다. 마침 일정을 정리해 놓은 메모지가 있어 레온으로 가고, Carbajalas 알베르게에 묶을 예정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알았다고, 가능한 공립 알베르게를 이용하라며 패스포트와 크리덴셜을 돌려준다. 내용인 즉 이탈리아에서 적법하지 않게 입국한 한국인이 있었던 것 같다. 성이 Kim이였던 모양이고, 후배가 마침 김씨다.
이런 쳐죽일, 우리는 마드리드로 입국해 세비아~메리다를 거쳐 팜프로냐로 넘어와 15일 동안 쎄빠지게 걷고만 있다고 항변하니 미안하다며, 개뿔은 “부엔 카미노.”를 씨부리며 나간다. 이럴때 하라는 부엔 카미노가 아닌데. 주인 부부가 아무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마져 드시라고 하지만 한바탕 난리 부르스를 치고 나니 입맛도 사라지고 기분도 영 엉망이다. 먹던 음식 치우고 주인 내외분께 굿 나잇하고 들어왔다.
둘이 마주보고 허탈하게 웃어본다. 이게 몬 지랄이고~.
잠이나 잡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