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국내산행

지리산둘레길 9일차

수원깨굴 2019. 11. 13. 23:21

지리산둘레길 9일차

ㅇ구간:중촌~가탄~송정(16.9km)

ㅇ소요시간: 08:30(휴식시간 포함)

푹 자고 6시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더블침대가 있었는데 나는 침대에서 자고 형님은 뜨거운데 지진다고 바닥에 잤다.

7시에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1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안채로 올라가니 아직 준비중이다. 안채 거실겸 주방에는 나무 난로가 있어 훈훈하다. 종주 하느라 힘들다며 사골국을 끓여 주신다. 

애들 어려서 이곳에 들어와 20여년 되셨단다. 방에 수채화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아주머니가 그리셨고, 집은 아저씨가 직접 지으셨다고 한다.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밥이 늦어 8시에 출발. 언덕을 내려오다 다시 올라 가는데 사방이 차밭이다. 언덕 아래는 지리산 벚꽃십리길이고, 그길 끝에 쌍계사가 있다. 7년 전에 쌍계사를 들머리로 해서 지리산 종주를 했는데 무쟈게 지루하고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이어지는 차밭을 돌고 돌아 언덕을 내려서 벚꽃십리길을 가로질러 다시 언덕을 올라 마을을 지나면 임도를 따라 고갯길을 오른다. 해발 300m로 낮은 고개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다. 9일째니 몸도 어지간히 적응 했을만도 한데 어제에 이어 오늘은 오른쪽발 뒷꿈치가 아프다. 이러다가도 어느 정도 가다보면 괜찮아지곤 한다. 어제 신경쓰이던 오른쪽 허리는 밤새 잠을 잘 자선지 거뜬하다. 가탄마을에 도착하니 10:50. 계획을 짤때는 다음 구간까지 식당이 없다해 이곳 마을슈퍼에서 먹을 예정이였다. 김치찌개 같은 간단한 먹거리는 된다고 해서다. 그런데 민박집 아주머니가 더 진행해 기촌마을에 도착하면 피아골 입구라 식당이 여러군데 있다고해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작은재를 넘고 나면 능선길이 이어진다. 깊은 산중 골짜기 마다 돌축대를 쌓아 만든 경작지들이 많다. 지금의 마을에서도 많이 떨어진 깊은 산중인데도 경작을 했던 흔적을 보면, 옛날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세월을 보냈을지 짐작이 된다. 지금은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지만 축대는 그대로 남아있다. 능선길을 오르내리다 기탄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서니 피아골로 들어가는 계곡길이 보인다. 기탄마을은 우리나라 단풍명소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피아골이 시작되는 입구다. 피아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섬진강으로 합쳐진다.

오랫만에 보는 현대식 편의점과 같은 마트도 있고, 보건지소, 은어횟집, 재첩요리집 등 식당이 여러군데 있다. 오늘점심은 산채비빔밥과 오미자막걸리다. 이곳을 돌면서 민박집과 식당에서 마시는 지역 막걸리를 맛보는 것도 큰 재미다. 어디가나 같은 종류의 막걸리는 없다. 맛도 제각각이다. 길동무 형님은 막걸리를 1년에 한두번 마신다는데 이곳에 와서 막걸리 매니아가 될것 같단다.

땀흘리고 지쳐 있을때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은 더 이상의 형용사가 필요없을 정도다. 배도 부르니 술이라기 보다 요기라고 해야할듯.

피아골 계곡을 가로질러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순례객을 만났다. 40대로 보이는 남여 4명으로 지역 사람이고 우리가 가는 송정까지 간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는 나눴지만 그분들은 젊고 오늘 하루 가는 사람들이라 걸음을 따라 갈수가 없어 금방 헤어졌다. 30여분을 오르고 나니 그곳부터는 완만한 능선길로 끝없이 올라간다.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뒤엉킨 숲길이다. 가탄 마을에서 7키로 정도를 오르다 1키로 정도 내려서니 목아재가 나온다. 과거에 구례에서 화개면을 넘나드는 길이였단다. 다 올라온줄 알았는데 다시 또 오르막. 완만하게 오르내리다 보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오늘의 기착지인 송정마을이다. 이곳은 밤나무가 많다. 대규모 밤농장을 가로질러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다. 지역사람들이 농장 한가운데를 둘레길로 내어줘서 가능했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오늘 묵을 민박집으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밤나무 밭을 1키로 정도 지나서 나온다. 위치를 물어보려 민박집에 전화 했더니 이 밤벌 주인이시란다. 둘레길도 당신들이 농장길을 내줘서 만들어 졌단다. 이 민박집을 정하길 정말 잘한것 같다. 길을 내주셨으니 이렇게나마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나. 민박집은 마을마다 적게는 한군데 부터 많게는 7~8집이 있다. 그중에서 고르게 되는데, 어제 묵었던 하늘호수 같이 인기 있는 민박집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이름보고 맘에 드는 집을 골라 예약을 한다. 이집은 황토민박집 이라해 왠지 피로를 푸는데 좋을것 같아 선택했었다. 

다낭에 여행갔다 오늘 오셨다는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예상했던대로 황토벽돌로 만든집이다. 화장실도 딸려있어 너무 맘에 든다. 다만 아쉬운건 세탁기가 없고 짤순이만 있단다. 손빨래를 해 탈수만 해서 널었다.

저녁상엔 시골밥상 그대로에 왠 병어구이가 나왔다. 그보다는 칼칼한 된장찌개가 넘 맛있다. 힘이들어 맛있는 건지 아주머니 말맞다나 장이 맛있는건지 알수는 없지만 암튼 밥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막걸리를 찾으니 왠 눈에 익은 지평막걸리를 가져 오신다. 양평에도 땅이 있어 가끔가는데 최근에 다녀 오셨단다. 

큰통인데 사장님이 낮에 한잔 따뤄 드시던 건데 그것 밖에 없다고 괜찮으면 마시라 한다. 먹던거라고 마다할 형편이 전혀 못되니 대환영 할수 밖에.

방바닥은 전기판넬이다. 불 때는 방도 있는데 사용하려면 하루 정도 불을 지펴야해 오늘 사용이 안된다고 한다. 야전에 전기판넬이면 어떤가 등따시면 그만이지. 형님은 벌써 코고신다. 저녁먹고 나서 진눈개비가 내렸었는데 벌써 그쳤다.

내일은 2구간 23키로정도 걷는다. 처음 2키로 정도만 재를 넘으면 완만한 코스다.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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